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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창고] 갑질 하는 남편, 을질 하는 아내

2016-01-05 조글로 潮歌网


요즘 세태를 풍자하는 단어 중 하나가 ‘갑질’이다.

아론 제임스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권력의 피라미드로 올라갈수록 ‘진상(asshole)’을 발견할 확률이 높다고 꼬집었다. 권력의 쾌감을 느끼게 되면 도파민 수치가 증가하고 테스토스테론도 많이 분비된다. 이때 공격성이 강해지고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은 떨어진다.

동아일보 조사 결과, 자신의 행동이 갑질이라고 인정하는 사람은 61%나 됐다. 갑질은 결혼 생활에서도 자행된다. 상황에 따라 갑(甲)이 됐다 을(乙)이 되기도 한다.

부부는 평등해야 하고 갑을관계 또한 아니지만 유교 사상에 물든 남편들은 갑질로 뻐겨왔다. 사회에서는 을 노릇을 하면서 집구석에만 오면 갑질을 하는 지질한 남편도 많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 가서 화풀이하듯 뫼비우스의 띠처럼 되풀이된다. ‘땅을 파면 돈이 나오는 줄 아느냐, 돈이 썩어 문드러지느냐’면서 돈 버는 유세를 떨면 슈퍼 을인 아내는 눈치 보며 갑이 어이없는 요구를 하더라도 들어준다. 요즘 황혼이혼이 느는 것은 남편 갑질을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아내들이 반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아내가 울트라 갑이 되는 집도 있다. 아내에게 별도 달도 따다 주지 못하면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게 하면 나쁜 놈이다. 결혼해주시고 애도 낳아주신 왕비님은 기세가 등등해 목을 빳빳이 세운다. 갱년기 아내는 여성호르몬이 줄어들고 남성호르몬이 왕성해져 순하던 사람이 드세지고 목소리가 커진다. 쌈닭처럼 시빗거리를 찾아 털을 곧추세워 남편을 당황스럽게 한다.

게다가 아내에게 섹스는 무기가 된다. 로맨틱한 스킨십은 좋은데 섹스는 귀찮다고 남편을 잔뜩 흥분시켜놓고 몸에 손도 못 대게 돌아눕는 갑질을 한다. 남성으로 태어난 것이 슬픈 남편은 당분간 섹스를 포기할 것인지 아닌지 본능적으로 계산한 후 섹스에 초연할 수가 없으니 할 말도 못하고 숙이고 들어간다.

자고 있는 아내를 깨우는 것도 모자라 씻지도 않은 채 이불 속으로 비집고 들어와 생떼 부리며 잠자리를 요구하는 갑질 남편도 많다. 얼른 삽입하고 싶은 마음에 얼렁뚱땅 전희를 해치우니 잘 들어가지지도 않아 아내는 아프기만 하다. 무작정 밀어붙이는 남편 때문에 섹스에 흥미가 없어지는 아내도 부지기수다.

그런가 하면 손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워 아이스크림처럼 녹기를 기다리며 을질 하는 아내도 꽤 있다. 침실에서 요조숙녀는 필요 없다. 성관계를 가질 때 아내가 너무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면 자신을 사랑하는지 남편은 의심하게 된다. 아내가 한 번도 먼저 원한 적이 없고, 그저 남편이 원하니까 마지못해 한다는 식이거나 요리 빼고 조리 피하면 남편은 점점 기력이 빠지고 자신감을 잃어버린다.

좋은 아내는 남편에 대한 성의 있는 태도, 긴장감 있는 분위기, 색다른 환경을 만드는 데 게으름을 피워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아내가 성관계를 지나치게 보채거나 재촉하면 남편이 두려움에 벌벌 떨다 발기부전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니까 부부는 줄타기를 잘해야만 한다.

더 말해봤자 입만 아프다. 역지사지(易地思之)가 필요하다. 남편을 다그치는 마님은 갑이고, 남편한테 울며 겨자 먹기로 시달림을 당하는 이는 을이다. 남편이 돈 버는 ATM 기계로 전락해서도 안 되겠지만, 아내가 식모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 갑질 하는 결혼생활보다는 시소를 타듯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 더 살맛 나지 않을까?한국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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