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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정세명씨 가족 천방지축 중국 체험기(1)

길림신문 朝闻今日 2021-06-11


나이 사십에 첫 모내기도 해보고... 쌀누님도 만나보고


우웅우웅우우우웅 5월 30일 새벽 4시 핸드폰 알람소리가 날 깨웠다.


우리집 네 식구는 길림성 통화시 류하현에 모내기행사에 참여하기로 했다. 출발이 5시 반이라고 해서 부랴부랴 애들을 깨웠다. 애들아 놀러가야지 일어나! 씻고 차에서 자자 일어나! 6살짜리 큰애와 3살짜리 둘째는 눈을 비비벼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기만 한다. 이렇게 일찍 일어나본적이 없으니 비몽사몽한 상태로 아이들을 부랴부랴 씻기고 옷 입히고 혹시나 배고플가 입에 왕만두 하나를 넣어두고나서야 준비가 끝났다. 새벽에 정리해둔 아이들 짐만 큰 짐가방에 가득이다. 정말 아이들과 외출을 하면 준비할게 왜 이리도 많은지 단지 1박 2일인데 짐은 이사짐이다. 아이들을 하나씩 둘쳐업고서 차에 태우고 집합장소로 이동을 하는데...



역시나 출발이 늦었다. 하지만 새벽의 장춘은 아직 고요하기만 하다 거리에 차가 없으니 생각보다 늦지 않게 도착을 했다. 길림성대외문화교류협회 관계자분과 금텐트 류사장님과 길림신문사팀, 장춘방송국팀들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도착을 하고 방송국팀의 설명에 따라 출발전 촬영을 하는데... 새벽같이 일어나 전쟁을 한번 치르고 온 상태라 그런지 왜 그렇게 머리는 안돌아가고 중국어 간단한 인사말 대본이 꼬부랑 글씨로 보이고 입은 왜 이리도 어버버거려서 창피해 혼났다.




아이들은 아직 이 상황이 뭔지 졸린 눈을 비비면서 사진 찍고 촬영을 하니 신나있다. 아빠 아빠 언제 도착해요? 엄마 엄마 물 주세요, 아빠 아빠 휴지 휴지, 엄마 엄마 이거, 아빠아빠 엄마엄마 아이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이러저리 아빠와 엄마를 찾아댄다. 그 때 우리 금텐트 류사장님이 가이드처럼 오늘 일정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며 모두에게 천가방 하나씩 주셨다.


대지청도천(大地清道天)이라는 문구가 커다랗게 적혀있는 가방안에는 이번 활동을 하면서 필요한 물건들이 기념품과 함께 들어있었다. 금텐트 류사장님은 산악회 회장을 하시고 계시는데 대자연을 매우 사랑하시고 아끼는 멋지신 분이다. 많은 공익활동과 려행활동을 하시는데 그 취지를 듣고 있으면 같이 하고 싶은 의욕이 마구마구 생긴다.


류하까지는 3시간 정도 걸린다는 말을 듣고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주려니 이 녀석들은 가방안의 선물들이 너무 좋았나보다 먹을 것도 있고 하니 아빠엄마 가방도 죄다 열어서 지들이 맘에 드는걸 고르고 있다. 역시 큰딸애는 무조건 빨강 둘째놈은 파랑색 알아서 교환을 한다. 가방안에 빵과 우유를 다 비우고서야 이 두 녀석은 나와 와이프 품에 안겨서 깊은 잠에 빠졌다. 아이들은 잘 때가 참 이쁘다.

당지 농업전문가의 지도를 받으면서 모내기 삼매경에 빠진 농사초보들


당지 농업전문가의 지도를 받으면서 모내기 삼매경에 빠진 농사초보들


장춘에서 창창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가다보면 한시간 거리에 있는 캉따잉휴계소 전에는 조양산휴계소였는데 이름이 바뀐지 좀 되였다. 그럼 뭐하나 바뀐건 이름 밖에 없는데 꾸벅꾸벅 졸기만 하다가 좀 자려고 자세를 잡으니 휴계소다.


큰 아이가 엄마 나 화장실 하며 말하기에 어쩔수 없이 난 둘째를 안고서 휴계소에서 쉬질 못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아들아 좀 내려가면 안되것냐? 아빠 힘들다~ 안돼 안돼 조금이라도 내려놓을라 싶으면 잽싸게 붙잡고 떨어지지 않으려 떼쓴다. 그려 니 애빌 죽여라 죽여.. 째깐한 원숭이를 매달고 모든 인원이 차로 돌아올 때까지 밖에서 돌아다닐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시 차가 출발하니 언제 그랬냐듯 푹 잠들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애들은 잘 때가 제일 이쁘다.


재장춘한인(상)회 부회장인 정세명(왼쪽)한국인 최수현,한기광에게 화산암 입쌀 소개


입쌀박물관을 돌아보고 있는 일행


어느덧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을 하였다. 국도에서 조금 벗어난 시골길에 들어섰을 때 전방에 보이는 수십대의 뻐스행렬이 우리만 온게 아니구나 행사가 제법 크구나 싶었다. 좁은 시골길을 따라 마을이 나오고 그리고 행사장이 나왔다. 길림따미지에건강중국인 쌀누나네 행사는 시글벅적 단체 관광객들이 많았다. 그리고 하늘엔 드론이 왜 이리 많은지 요즘 촬영기술은 정말 최첨단으로 가는구나 싶었다.


쌀누나네 행사에 도착하자마자 보였던건 한복을 곱게 입은 우리 민족 공연이였다.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 태극무늬의 북을 들고 공연도 하고 장구도 치고 상모도 돌리고 근데 여기서 재미있었던 건 중국은 민족의 다양성이 있는 곳이기에 공연에 우리 민족만 있는게 아니라 한족도 있고 만족도 있고 재미있었다. 이인전(二人转)도 하고 다른 공연도 있었다.


 

자릴 옮기려고 하니 모내기절 (插秧节) 제사가 시작하였다. 자리가 멀어 잘 안보였지만 제사라는게 한국이나 중국이나 많이 다르지 않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선 고사지낸다고 하는데 보통 돼지머리가 올라오고 과일도 좀 놓고 돼지입이랑 코구멍에 돈도 꼽고 하는데 비슷하려나 했다. 역시는 역시다 돼지머리에 빨간색 천을 두르고 우리네 제사와 별반 틀리지가 않아보였다. 하늘에 도움을 구하고 한해의 농사가 잘 되게 빌었던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이 행사는 1,000년전 함께 어울려 살았던 조상님들을 생각하게 되였다.


‘따미제(입쌀누님)’– 관연려와 함께


행사장을 뒤로 하고 우리들은 모내기를 하러 모였다. 40가까이 살면서 모내기를 하는 것만 봤었지 내가 직접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도시에 살다보니 해볼 기회도 적었다. 


장화가 도착하고 살짝 떨리는 마음으로 정말 논으로 들어가야 하는구나 하며 무릎까지 오는 장화를 신었다. 그리고 모판이 도착을 하고 간단한 설명과 함께 어떻게 심는지를 배웠다. 벼새싹을 3~4개씩 뜯어서 엄지손가락으로 누르면서 간격에 맞춰서 쏙쏙 심으면 된단다. 어렵진 않다. 단지 논에서의 이동은 질뻑한 진흙바닥이 자꾸 내 다리를 안놔준다.

 


논둑에 있는 아이들은 중요한 임무로 모판에 있는 새싹들을 논으로 던져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 녀석들 첨 보는 풀이라 그런지 엄마 엄마 이 잡초는 뭐야? 하고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물어본다. 벼라고 쌀이라고 이렇게 이야기해줬것만 주변 논의 개구리들과 나비와 새들에 정신이 팔려서 잊어버렸나 보다. 


다들 한줄로 서서 모내기를 하고 쌀누나네 화산암쌀 이야기를 나눴다. 현무암이 풍화가 되고 화산재층이 섞여서 된 이 비옥한 토지는 미네랄이 풍부하고 유기질도 많아 영양가가 높고 맛좋은 쌀이 생산된다고 한다. 더우기 주변에 공장이나 오염이 될만한 환경이 없어 청정하고 농약도 안치는 무공해쌀 이라고 한다.


물도 장백산에서 흘러내려온 물로 쓰기에 모든 조건이 건강한 쌀을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라고 한다. 명절에 가끔 선물로 들어와 맛봤던 쌀이라 익히 알고 있었다. 참 보면 한국에서 중국쌀이라고 하면 인식이 안좋은데 이놈의 수입업자들이 좋은 쌀은 수입안하고 싸구려 질 안좋은 쌀을 가지고가서 그리된 일이다. 정말 맛있고 건강한 쌀이 이렇게 있는데 한국가정의 식탁에 언젠간 올라가기를 기대해본다. 정말 맛있는데 글로써 설명하려니 한계가 있다. 이 쌀로 방금 지은 따끈한 쌀밥에 시원한 김치 한조각, 짭잘한 김 한장 올려서 먹으면 참 맛있는데...


 

주최측에서 마련한 풍성한 점식 식사

 

모내기 체험을 마치고 쌀누나도 만나 사진도 찍고 우리는 류하현 시내로 향했다. 시내까진 40분 정도 이동하는데 새벽같이 일어나 먹은게 별로 없어서인지 배속은 북치고 장구치고 시끄럽다. 점심으론 류하에서 유명하다는 조선족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우리집 아이들은 아직 김치도 물에 씻어 먹다보니 매워서 입에 안맞는가 보다. 


어린이들 입에는 매울지 몰라도 우리들 입에는 촥 달라붙는 맛이였다. 아가들만 없었어도 앉아서 한잔하기 딱 좋은 안주들인데 아쉬움을 뒤로 한채 부랴부랴 먹었다.


 

이놈들이 빨리 커야 마음 편히 돌아다니는데 늦게 장가간 내 탓이지 누굴 탓하랴 그래도 아이들과 같이 하는 시간이 너무 즐겁다. 그리고 애들은 잘 때가 제일 이쁘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쌀공장에 갔다. 쌀누나가 류하에 쌓은 업적이 많다고 했다. 마을을 발전시키고 일자리를 만들고 좋은 뜻을 가지고 더욱 발전하셨으면 좋겠다.


쌀공장에는 쌀박물관이 있었다. 쌀박물관에서 길림쌀의 력사와 변화 화산암 쌀의 특징에 대해 듣고 옆에 생산라인에서 쌀포장과 가공제품생산 현장을 견학하였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제품도 많이 개발되여 있고 쌀로 빚은 술도 있었다. 52도짜리 곡주 저녁에 꽤나 많이 마셨는데 모두들 이튿날 속이 개운하다고들 한다. 


/정세명[재장춘 한국인, 장춘한인(상)회 부회장]




제작 | 리전

심열 | 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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