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닷컴] 김정권 시 "엄마의 장날"(외5수)
조글로
"엄마의 장날"(외5수)
김정권
새벽, 아버지의 한숨소리와
막내동생의 투정과
땀냄새를 한광주리 이고
장거리 한구석에 쫑그려 앉아
가난을 벌려놓는다
끓어번지는 태양이
엄마의 정수리를 지져대는 정오 쯤이면
지난밤 셋째가 잡은 모래무치는
새 주인을 기다리다 지쳐 눈굽이 곪는다
약삭빠른 쉬파리떼 윙윙 모여들어
엄마의 살점이 될 돈푼 오십전
꽁다리 연필, ‘정통편’들을 죄다
삼켜버린다
아버지의 략력
7세에 낫 놓고 ㄱ자를 겨우 깨치셨고
7자를 닮은 괭이는
아버지 팔이였다
팔은 땅과 한시도 떨어질 줄을 몰랐고
땅은 땀을 먹고 살이 쪘다
77세에 아버지 두 팔은 땅에 묻히였다
아버지의 직함은 땅의 미용사
아버지의 략력은
7 더하기 7과 77이였다
건조실
순희는 아래서
나는 우에서
우리는 그렇게
잎담배를 달았다
내 손은 이상하게
담배줄을 쥔다는 게
순희의 손목을 쥐기가 일쑤였다
담배는 건조실에서 건조되고
순희의 동그란 사랑은
내 가슴 속에서 익어가고
세월이 퍼그나 흐른 어느날
나는 그 사랑을 다시 꺼내보았다
그것은 좀처럼 떼기 힘든
담배 같은 사랑이였다
3월의 편지
3월입니다
바람이 붑니다
아직은 쌀쌀한 바람이라면
그중에서 가장 부드러운 바람
한웅큼을 잡아 아담의 가슴에 덮혀서
그대에게 보냅니다
눈꽃이 핍니다
아직은 꽃이 피지 않는 계절이라면
솔잎에 앉은 눈꽃을 바로 떼여내여
봄의 손으로 백합 한묶음 빚어서
그대에게 보냅니다
새가 웁니다
아직은 노고지리 노래가 아니라면
꽃나무에 새가 앉아 우는 병풍 앞에서
옹알이를 하는 아기의 입 안에 굴려서
그대에게 보냅니다
해가 뜹니다
아직은 설익은 해빛이라면
유리창 안으로 끌어들여놓았다가
미소 머금는 모나리자의 눈동자에 담아서
그대에게 보냅니다
봇나무
구름 저편에서
해를 품은 달손에
살그니 풀려져 흘러내린
님의 저고리 옷고름
어둔 밤
올곧은 촛대로 서서
아르테미스의 빠알간 입술에
하얀 가슴 녹아흐른다
려명이 안개드레스를 벗기면
순결의 살결에 눈이 부셔버린
크리스노의 입 속에서
붉은 심장들이 툭툭 튀여나온다
이제 분가루 향기로
아침을 물 들일제
태양도 벌겋게 얼굴을 붉힌다
오로라
마치 가까이에 있는 것 같아
손을 뻗으면 금세 쥐울듯 말듯
파랗다 못해 하얗게 여울대는
아르테미스의 스카프처럼
백포는 내 령혼을 감싸안는다
나는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크리스노의 입이 되여
나의 죄를 모조리 토해낸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함부로 범했던 죄
아름다운 죄, 사랑때문에
그 죄들이 하나 하나 모여
파란 보자기에 꽁꽁 싸여진다
(2020년 연변문학 제5호)
方式(任选其一)
작가 김정권
국가1급극작가
중단편소설
"가죽구두"
"모기정전"
소품
"첫날이불"
"설날아침"
"남자와 녀자"
등 100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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