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닷컴] (수필) 불금의 횡설수설 (궁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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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이 수필세계14
불금의 횡설수설
글 | 궁금이 · 방송 | 김홍화
요즘은 전국 대부분 지역이 우기에 접어들었다. 북경에도 비가 자주 내리면서 아침에 집을 나서면 공기가 청신하여 기분이 한결 상쾌하다. 이렇게 북경에서 내리면 한여름의 더위를 식혀주는 단비지만 장마로 고생하는 지역에서 쏟아지는 비는 사람들에게 많은 불편을 가져다 준다. 오직 내가 시원하겠다고 비를 고맙게 생각하면서도 장마에 애로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례의가 아니라는 생각도 동시에 하게 된다. 나의 편안함은 누군가의 불편함을 대가로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불금이다.
련인들은 싸우고 나면 누가 먼저 전화를 하냐가 커다란 과제다.
먼저 하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고 참자니 속만 타들어간다. 그래서 화장실에 잠깐 가더라도 혹시 모르니까 휴대전화를 들고 들어가고 스팸 전화가 한번 울려도 번개같이 받는다. 기다렸던 만큼 번마다 허무함과 실망도 크다. 그렇게 속을 태울 거면 자존심이 밥을 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먼저 하면 되겠건만 이 참에 버릇을 떼겠다는 각오도 있고 어디 한번 속을 태워보라는 의도도 있다. 그런데 너무 튕기면 부러지는 게 문제다. 그래서 할수없이 아쉬운쪽이 먼저 하게 된다. 애초에 뜸을 들이지 말고 금방 했더라면 그 사이 서로가 애태우는 시간도 없었으련만.
아쉬운 쪽 혹은 참을성이 약한 쪽에서 먼저 하게 되면 상대방은 발신자번호를 여유있게 들여다 보며 웃음주머니가 흔들거린다. 고향말로 하면 “제 되오?” 이렇다. 이쯤되면 속으로는 기뻐서 죽겠더라도 전화기를 받는 순간에는 절대 티를 내면 안된다. 조금전까지 폴짝폴짝 뛰며 좋아 야단이였는데 수신버튼을 누르는 순간 세상 근엄하다.
“왜?”
목소리를 최대한 깔고 최고 심드렁하게 전화를 받는다. 그러게 되면 어떻게 용기를 내 한 전화인데 이 인간이 이따위 태도냐며 저쪽에서는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하지만 이미 전화도 했을라니 이 정도의 차가움은 감수해야 한다.
“뭐해?”
“아무것도 안 해”
“먼저 전화하면 어디 덧나나?”
“하려고 하는데 왔네...”
이건 그런대로 괜찮은 결과다. 이쯤 되면 화해는 시간문제다. 그런데 생활은 단일본이 아니다.
“뭐해?”
“무슨 상관인데”
“...”
아무리 용기를 내서 한 전화지만 상대가 저렇게 나왔는데도 전화를 끊지 않을 보살은 없다. 그렇다고 완전히 끝난 관계는 아니다. 리별을 결정했다면 아예 전화를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거미줄 같은 취약한 련결선일지라도 일말의 정은 남아 있는 상태이다. 다만 장기전을 감안해야 하는 줄다리기가 앞으로 길게 남았다는 게 문제다. 이 과정에는 사내가 먼저 통크게 화해의 주동성을 보여야 한다는 비명문화된 인식의 페해가 크다. 이런 보편적인 통념하에 녀성들은 주동적이 되고 싶어도 망설여진다. 이른바 인정하면 지는 거라는 론리이다.
련인사이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세상은 남자가 아니면 녀자인데 모든 일이 이 두 성별의 문제를 떠나서 론의될 수 없다. 역중천 작가에 따르면 현모량처란 말 자체가 녀성의 지위에 대한 불공정 대우라고 했다. 왜 남자에 한해서 현부량부라는 말은 없으면서 녀성에게만 현명한 엄마가 돼야 하고 현숙한 안해로 거듭나야 한다고 요구하냐는 반론이다. 이뿐이 아니다. 현재 녀성들이 술을 마시는데 대해서는 별다른 시선이 없지만 담배를 피우는데 대해서는 그렇게 자유롭지 못하다. 남자라고 페를 두개 갖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무슨 근거로 남자가 담배를 피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녀성이 피우면 눈총을 받아야 할가. 고정관념의 갱신은 웬만한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게 왜 그렇게 돼야 하냐를 따지기 전에 이전부터 그렇게 내려왔으니 그런가 보다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전에도 그렇게 했는데...”
이 말은 위해성이 많은 표현이다. 또한 무슨 착오가 생기면 쉽게 내들 수 있는 방어수단이기도 하다. 어제도 똑같은 방법으로 해서 아무 문제 없었는데 무슨 소리냐는 거다. 그런데 바로 그 “어제”라는데 치명적인 함정이 있다. 말 그대로 그 방법은 어제까지만 통했고 오늘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거나 하기 싫어한다. 어제 일을 오늘 반복하고 오늘 일을 래일 되풀이하는 게 세상 편하기는 하다. 시대는 발전변화한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런데 그에 맞춰 자신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에서는 많이 소홀하고 게으르다. 원래의 익숙한 방식이 편안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곧 후퇴라는 정도의 말은 누구나 하기 쉽다. 그런데 정작 내 몸에서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는 긴박감은 누구나 갖고 있는 게 아니다.
“왜 나만 갖고 그래?”
이 말도 위험하기는 만만치 않다. 분명 잘못했다는 걸 알면서도 다른 사람도 똑같은 잘못을 하고 있는데 왜 나만 갖고 그러냐는 론리다. 사람은 자기에게 합리하고 유리한 쪽으로 다른 사람의 우결함을 리용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의 우점보다는 결함에 집착해 자기의 허점을 극소화하려 한다. 그런가 하면 내가 원하는 일이면서도 전면에 나서기는 싫고 다른 사람을 빌려서 남들도 저렇게 하고 있지 않냐며 자기 주장을 묘하게 돌려서 펴낸다. 결론적으로 일이 잘 되면 내 덕이고 못 되면 남의 탓이다.
바뀌지 못하는 결정적인 원인은 자기 용서다. 불안하기는 하지만 부단히 자기 최면을 걸면서 현 상태가 나만의 삶의 방식이라고 애써 위안한다. 이런 위안과 방치가 하루이틀 한달두달이 쌓이면서 천천히 가열되는 물에서 익어가는 개구리가 되여간다.
썩는 상처는 빨리 도려낼수록 좋다.
궁금이
youshengxiangban@126.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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